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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비 디자인] 내 아이를 위한 디자인, 전문가보다 강한 ‘엄마의 시선’

기사승인 : 2026-05-08 13:08 기자 : 편집부

화려한 그래픽에 시선이 멈췄다가도, 몇 초 지나지 않아 화면을 넘겨버린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다. 분명 ‘잘 만든’ 디자인인데도 이상하게 기억에 남지 않는 이유. 대부분의 경우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방향에 있다.

디자인이 외면받는 순간은 의외로 단순하다. 만드는 사람이 자신의 기준에 몰입한 나머지, 그 결과물을 받아볼 ‘사람’을 놓쳤을 때다. 디자인은 감각을 뽐내는 작업이 아니라, 특정한 대상을 설득하는 커뮤니케이션이다.결국 성패를 가르는 질문은 하나다.“이것을 누구에게 줄 것인가.”

대상이 바뀌면 디자인의 ‘온도’도 달라진다
IT 기획자로 일하며 배운 가장 중요한 기준은 ‘사용자 정의’다. 같은 기능이라도 누가 사용하는지에 따라 구조와 표현이 완전히 달라지듯, 디자인 역시 대상에 따라 전혀 다른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이 원칙은 나의 ‘부캐’ 활동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법제처 인플루언서로서 민생법령을 전달할 때의 대상은 ‘정확한 정보가 필요한 일반 시민’이다. 이 경우 디자인의 기준은 명확하다. 신뢰, 가독성, 그리고 오해 없는 전달. 불필요한 장식은 덜어내고, IT 기획의 와이어프레임처럼 정보를 구조화한다. 한눈에 이해되는 배치와 단정한 톤이 우선이다.

반면, ‘여행둥이지’의 대상은 ‘어린 자녀를 둔 부모와 4살 아이들’이다. 여기서는 완전히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정보의 정확성보다 중요한 것은 접근성이다. 딱딱한 직선 대신 부드러운 색연필 질감을 사용하고, 텍스트보다 직관적인 이미지를 앞세운다. 이해를 시키기보다, 자연스럽게 다가가게 만드는 방식이다.
디자인은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을 표현하는 일이 아니라, 상대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말을 거는 과정이다.

같은 캐릭터도 다르게 말하게 만드는 ‘타겟 설계’
대상을 구체적으로 설정하면 디자인의 디테일이 달라진다. 법제처 캐릭터 ‘새령이’를 활용할 때도 이 원칙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정책을 소개하는 콘텐츠에서는 새령이를 정돈된 형태로 배치해 신뢰감을 강조한다. 반면 육아와 관련된 법령을 다룰 때는 색연필 질감을 입혀 훨씬 부드럽고 친근한 인상을 만든다. 같은 캐릭터지만, 누구에게 말을 거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 셈이다.

이 지점에서 비전공자의 강점이 드러난다. 기술적 완성도를 쌓는 데 시간을 쓰기보다, 실제 사용자의 상황과 감정을 먼저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4살 쌍둥이 엄마’라는 나의 위치는 단순한 개인 서사가 아니라, 타겟을 이해하는 가장 현실적인 데이터가 된다.
디자인 툴의 기능을 하나 더 익히는 것보다, 이 콘텐츠를 보게 될 사람의 하루를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일이 훨씬 더 강력한 결과를 만든다.

디자인의 종착지는 결국 ‘사람’이다
기술은 점점 더 정교해지고, 누구나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중요해진 것은 ‘누구를 향하고 있는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다.
화려한 디자인은 시선을 붙잡지만, 대상에 맞는 디자인은 행동을 이끈다.법제처 독자에게는 명확한 이해를, 육아맘에게는 공감을, 아이들에게는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 이처럼 대상에 따라 디자인의 역할을 바꿀 수 있을 때, 결과물은 비로소 기능을 갖게 된다.

디자인이 막히는 순간이 온다면, 툴에서 잠시 손을 떼어도 좋다. 대신 하나의 질문을 던져보자.“이것을 누구에게 줄 것인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선명해지는 순간, 디자인의 방향도 함께 정리된다. 결국 좋은 디자인이란 복잡한 기술의 결과가 아니라, 상대방에게 가장 잘 닿는 길을 찾는 과정에 가깝다.
당신이 만드는 모든 결과물의 끝에 ‘사람’이 있다면, 그 디자인은 이미 절반 이상 완성된 것이나 다름없다.

/ 글·사진 ⓒ 이유비, 한국콘텐츠개발연구원 이사, 법제처 인플루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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