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승인 : 2026-04-15 12:44 기자 : 편집부
오늘날 마케팅 트렌드를 보면, 비즈니스의 승패는 '얼마나 많은 물건을 파느냐'가 아니라 '고객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흔히 멤버십과 커뮤니티를 혼동하곤 하지만, 그 본질은 완전히 다르다. 멤버십이 기업의 효율적인 고객 관리 시스템이라면, 커뮤니티는 공통의 지향점을 가진 이들의 자발적인 생태계다. 기업이 억지로 묶어두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스스로 모여드는 장(場). 이 차이가 비즈니스의 명운을 가르고 있다.

과거의 커뮤니티는 물리적 공간과 기억을 공유하는 '연고' 중심이었다. 동창회나 향우회처럼 공통된 과거 경험이 결속의 근거였다. 연결의 범위는 좁았지만 밀도는 깊었다. 하지만 인터넷이 열리면서 커뮤니티는 물리적 경계를 넘어 '취향'으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이제 사람들은 같은 동네가 아니라 같은 관심사를 찾아 모인다. 과거의 기억이 아닌, 현재의 즐거움과 미래를 바꾸고 싶다는 공통된 의지가 연결의 조건이 된 것이다.
소셜 미디어의 등장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커뮤니티의 구조를 '리더의 철학' 중심으로 재편했다. 세스 고딘이 말한 '부족(Tribes)'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리더의 영향력과 매력에 끌려 모여든다. 팔로우는 리더가 제시하는 가치에 동의하고 지지한다는 의미이다. 영향력 있는 개인 한 명이 수만 명의 결속력을 만들어내는 시대가 된 것이다.
최근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 수익 모델의 확산은 커뮤니티에 '공정한 기여'라는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제 구성원들은 묻는다. "나의 참여와 기여로 만들어진 이 가치 중 내 몫은 어디에 있는가?" 기여한 만큼 정당한 보상을 나누는 '오너십 경제'가 커뮤니티의 핵심 가치로 자리 잡았다. 커뮤니티는 구성원 모두가 주인 의식을 갖는 하나의 거대한 경제 생태계로 진화했다.
이처럼 관계의 문법이 변하는 시대에 역설적이게도 가장 중요한 것은 다시 '나'로 귀결된다. AI가 개인의 연결을 자동화할수록, 사람들은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인간의 독창적인 색깔에 반응한다. 관계의 넓이는 결국 나의 깊이에서 나온다. 자신만의 관점과 내공이 없는 상태에서의 연결은 헛바퀴를 도는 것과 같다.
많은 이들과 연결되고 싶다면, 먼저 나만의 철학을 세워야 한다. 깊이가 있어야 넓이가 만들어지고, 그 넓이가 비즈니스의 높이를 결정한다. 커뮤니티는 단순히 사람을 모으는 기술이 아니라,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성장하는 장이다. 그 장의 중심에 서고 싶다면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나는 지금 타인에게 영감을 줄 만큼 깊어지고 있는가."
/ 글·사진 ⓒ 박재향, 국대마케팅 대표, 한국콘텐츠개발연구원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