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승인 : 2026-04-13 15:46 기자 : 편집부
① 독일 베이커들은 왜 ‘재현성’에 집착하는가
독일과 유럽의 빵문화를 이야기할 때 많은 사람들은 먼저 전통, 발효, 사워도우, 장인정신을 떠올린다. 물론 그것들은 모두 맞는 이야기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독일 베이커들이 빵을 대하는 기준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그 중심에는 늘 한 가지 공통된 가치가 있다. 바로 재현성이다.

좋은 빵을 한 번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 수 있다. 좋은 재료를 쓰고, 숙련된 제빵사가 감각적으로 반죽을 다루고, 운 좋게 발효와 굽기 조건이 잘 맞아떨어지면 훌륭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독일 베이커리 현장에서 더 중요하게 보는 것은 그 다음이다. 같은 빵을 다음 날에도, 그다음 주에도, 다른 작업자가 만들어도 같은 수준으로 구현할 수 있는가가 진짜 기준이 된다.
독일에서 재현성이 중요한 이유는 빵이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일상의 기준이기 때문이다. 빵이 식사의 중심에 놓여 있는 문화에서는 품질이 흔들리는 것이 곧 신뢰의 흔들림으로 이어진다. 소비자는 어제와 오늘의 빵이 달라지기를 원하지 않는다. 크러스트의 느낌, 크럼의 조직, 향의 깊이, 굽기 색상, 식감의 밸런스가 매번 비슷하게 유지되어야 비로소 그 빵집은 안정적인 신뢰를 얻는다.
그래서 독일 베이커들에게 기술이란 단순히 “잘 만드는 능력”이 아니라, 같은 결과를 반복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저장 기능이 있는 오븐과 결과를 안정적으로 반복하는 오븐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조건을 저장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저장된 조건이 실제 현장에서 늘 같은 결과로 이어지게 만드는 것은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열관리, 열회복력, 내부 열 분포, 스팀의 질과 일관성, 그리고 연속 생산 안정성이 함께 갖춰져야 가능한 일이다.
독일 베이커리 현장에서는 이 점을 매우 현실적으로 본다. 같은 온도를 설정해도 실제 제품에 전달되는 열이 다를 수 있고, 같은 스팀 시간을 입력해도 매번 같은 질의 스팀이 나오지 않으면 결과는 달라진다. 한 번 굽고 문을 열고 다시 굽는 연속 생산 상황에서는 그 차이가 더욱 크게 드러난다. 결국 레시피를 저장하는 것과 결과를 반복 재현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독일 빵의 기준이 높은 이유는 특별한 비밀 레시피 때문만이 아니다. 오히려 매일 반복되는 생산 속에서도 결과가 흔들리지 않도록 만드는 시스템과 철학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전통을 지키는 방식이기도 하다. 전통은 감각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반복 가능한 기준이 있을 때 비로소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독일 베이커들은 재현성에 집착한다. 그것은 단지 생산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빵의 품질과 신뢰, 그리고 브랜드의 기준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결국 좋은 빵의 수준은 한 번의 성공이 아니라, 같은 결과를 계속 만들어낼 수 있는 힘에서 결정된다. 그리고 독일 빵문화의 깊이는 바로 그 기준 위에서 완성된다.
/ 글·사진 ⓒ 루카스 쿤트너, 비쇼그룹 아시아지역 매니징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