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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훈 코른베르그] 좋은 빵을 만드는 것과, 좋은 브랜드를 운영하는 것은 다르다.

기사승인 : 2026-04-13 15:41 기자 : 편집부

제과업계에 있으면 종종 이런 착각을 하게 된다. 빵을 잘 만들면 브랜드도 잘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실제로 많은 매장들이 좋은 제품에서 시작한다. 기술이 좋고, 감각이 좋고, 제품 완성도가 높으면 처음에는 분명 반응이 온다. 고객도 생기고, 입소문도 난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현장을 오래 보다 보면 알게 된다. 좋은 빵을 만드는 능력과, 좋은 브랜드를 운영하는 능력은 전혀 다르다.

맛있는 빵은 시작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브랜드는 제품 하나로 유지되지 않는다. 고객이 다시 오는 이유는 단순히 “맛있었다” 하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다시 방문했을 때도 비슷한 만족이 있어야 하고, 매장의 분위기와 서비스, 제품의 안정감,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함께 쌓여야 한다. 결국 브랜드는 한 번의 완성도가 아니라,그 완성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구조에서 만들어진다.

그런데 많은 제과 매장들이 여전히 “제품만 좋으면 나머지는 따라온다”는 방식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실제 매장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제품이 좋아질수록 생산은 더 예민해진다. 매출이 늘수록 운영은 더 복잡해진다. 손님이 많아질수록 진열, 서비스, 동선, 재고, 인력, 설비, 교육까지 모두 함께 정리되어야 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많은 대표들이 운영의 문제를 제품력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점이다.

매장이 흔들리면 신제품을 더 넣고, 분위기가 처지면 디테일을 더 손보고, 매출이 빠지면 메뉴를 더 늘린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것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매장에서는 “조금 더 풍성하게 보이자”가 쉬운 말이지만, 생산현장에서는 그 한마디가 가장 비싼 주문이 되기도 한다. 품목이 하나 늘어날 때마다 작업 동선은 꼬이고, 발주는 복잡해지고, 폐기는 늘어나고, 사람은 더 지치고, 품질 편차는 커진다. 겉으로는 메뉴가 풍성해 보이지만, 안에서는 브랜드의 체력이 빠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제과업은 특히 기술 중심의 업종이다 보니운영의 불안정함을 “더 잘 만들면 된다”는 방식으로 덮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브랜드가 흔들리는 이유는 생각보다 맛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어떤 날은 제품이 훌륭하고, 어떤 날은 완성도가 떨어진다면 그건 단순한 제품 문제가 아니다. 이미 브랜드의 문제다.

대표가 있어야만 현장이 정리되고, 특정 숙련자가 있어야만 품질이 유지된다면그 역시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결국 브랜드는 “잘 만들 수 있는가”보다 “누가 해도 일정 수준 이상이 유지되는가”에서 판가름 난다.

좋은 브랜드는 화려한 마케팅이나 감각적인 인테리어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생산과 운영, 서비스와 공간, 제품과 경험이하나의 방향으로 정리되어 있는가 하는 점이다.

브랜드는 이미지가 아니라 반복이다. 고객이 여러 번 방문했을 때도 비슷한 만족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힘, 그것이 결국 브랜드의 본질이다. 오래 가는 제과 브랜드들은 공통점이 있다. 단순히 좋은 제품을 만드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그 제품이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구조를 설계한다.

무엇을 팔 것인가만 고민하지 않고,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유지하고, 어떻게 반복할 것인가까지 함께 고민한다. 좋은 반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대표라면 그보다 먼저 좋은 흐름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브랜드는 오븐 앞에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발주표에서 만들어지고,근무표에서 만들어지고, 동선 위에서 만들어지고, 결국 반복 가능한 시스템 안에서 완성된다.

앞으로 제과업계의 경쟁은 더 이상 맛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맛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다. 하지만 그 맛을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만큼이나 운영, 구조, 재현성,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제 제과업계가 진짜로 던져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좋은 빵을 만들고 있는가?”그 질문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우리는 좋은 브랜드를 운영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이다.

앞으로 살아남는 브랜드는좋은 빵을 만드는 곳이 아니라,좋은 빵이 계속 나올 수 있게 만드는 곳일 것이다.

/ 글·사진 ⓒ 서영훈, 코른베르그 과자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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