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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스 칼럼] 건강한 빵을 향한 변화, 왜 유럽식 제빵이 다시 주목받는가

기사승인 : 2026-03-26 12:44 기자 : 편집부

유럽과 아시아의 제빵 문화는 사용하는 원재료부터 빵을 소비하는 방식까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이 차이는 단순히 빵의 종류가 다르다는 수준을 넘어, 반죽 공정과 발효 방식, 오븐의 역할, 그리고 제빵 장비의 설계 방향까지 바꾸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베이커리에서는 스펠트밀, 호밀, 아인콘과 같은 다양한 곡물가루를 활용한 빵이 일상적으로 만들어진다. 반면 아시아의 베이커리 시장은 오랫동안 밀가루 중심의 제품이 주류를 이뤄왔다. 문제는 곡물이 달라지면 반죽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호밀이나 대체 곡물은 일반 밀가루와 글루텐 구조와 단백질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반죽을 다루는 방식부터 달라진다. 저속 혼합을 더 길게 가져가고 고속 혼합은 짧게 조절해야 하는 경우가 많으며, 호밀빵은 본질적으로 사워도우 발효를 전제로 한다. 이런 이유로 과거 아시아 시장에서는 호밀빵이 대중적으로 자리 잡는 데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호밀, 스펠트밀, 비정제 곡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함께 커지고 있다. 특히 사워도우에 대한 수요 증가는 단순한 유행이라기보다, 더 천천히 발효되고 몸에 부담이 적은 빵을 찾는 움직임에 가깝다. 빠르게 생산된 빵을 먹고 소화 불편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자연 발효와 장시간 발효 빵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빵을 소비하는 방식에서도 유럽과 아시아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아시아에서는 빵이 간편하게 바로 먹는 식사 또는 간식의 성격이 강하다. 반면 유럽에서는 빵이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니라, 치즈, 스프레드, 샐러드, 햄 등과 함께 식문화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즉, 빵 하나만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식재료와 함께 집에서 조합해 먹는 문화가 발달해 있다.

이런 소비 습관의 차이는 제빵 기술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유럽식 빵은 하루 안에 모두 소비되기보다 며칠에 걸쳐 나누어 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도 수분을 유지하고 식감이 무너지지 않도록 설계된다. 이를 위해 높은 가수율을 적용하고, 탕종이나 익반죽 같은 전호화 공정, 감자 플레이크 등 천연 원료를 활용해 수분 유지력을 높인다. 이는 단지 빵을 촉촉하게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제품의 신선도를 오래 유지하고 굽는 과정에서의 손실까지 줄이는 중요한 생산 전략이기도 하다.

최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에서도 이러한 유럽식 제빵 철학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단순히 겉모양이 좋은 빵보다, 발효와 수분감, 식감, 소화 편의성까지 고려한 빵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베이커리 장비에 대한 요구도 바꾸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강한 열을 내는 오븐보다, 풍량과 열의 흐름, 스팀, 굽기 시간을 정밀하게 제어해 자연스러운 제빵 과정을 구현할 수 있는 장비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비쇼 그룹은 이러한 흐름에 맞춰 Wiesheu와 Wachtel 두 브랜드의 장점을 결합하여 장인형 베이커리부터 대규모 중앙생산 시스템까지 폭넓은 제빵 환경을 지원하고 있다. 정밀한 풍량 제어와 열 관리 기술은 화학적 개량제에 의존하지 않고도 자연스러운 제빵을 가능하게 하며, 적외선 제빵 기술과 같은 혁신은 굽는 시간을 20~40% 줄이면서도 제품의 수분감과 신선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결국 장비는 단순히 굽는 도구가 아니라, 제빵 철학을 구현하는 수단이 되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아시아 시장, 특히 한국 베이커리 시장은 유럽식 빵 문화의 겉모습만이 아니라 그 본질까지 더 깊이 받아들이게 될 가능성이 크다. 건강한 원재료, 긴 발효, 높은 수분감, 자연스러운 공정, 그리고 이를 정교하게 구현할 수 있는 장비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유럽식 빵 제조의 핵심은 단순한 레시피가 아니라, 원재료와 소비문화, 장비 기술이 함께 만들어내는 균형에 있다. 그 균형을 이해하는 것이 앞으로의 베이커리 경쟁력을 좌우할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 글·사진 ⓒ 루카스 쿤트너, 비쇼그룹 아시아지역 매니징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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