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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수 한류이야기] 한류의 그늘, SNS가 키운 반한 논쟁

기사승인 : 2026-03-19 12:57 기자 : 편집부

올해 초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한 K-팝 공연이 예상치 못한 논쟁을 불러왔습니다. 처음에는 공연장 에티켓 문제로 시작된 사건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과 동남아시아 네티즌 사이의 감정 충돌로 번졌습니다. 한류가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지금, 그 이면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문화적 긴장을 보여준 장면이기도 합니다.

사건의 발단은 2026년 1월 3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밴드 데이식스(DAY6)의 콘서트였습니다. 공연장에서 한 한국인 팬이 대형 망원렌즈 카메라, 이른바 ‘대포 카메라’를 반입해 촬영하다 관리 요원에게 적발된 것입니다. 공연장에서는 관람 방해와 저작권 문제 등을 이유로 대형 촬영 장비 사용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사건 역시 현지 관객들 사이에서 공연 관람 매너 논란을 불러왔습니다.

논쟁은 공연장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말레이시아 SNS 이용자가 해당 팬의 옆모습 사진을 온라인에 게시하면서 갈등은 인터넷 공간으로 확산됐습니다. 이후 한국과 동남아시아 네티즌 사이에서 비난과 조롱이 오가며 논쟁이 커졌습니다. 일부 동남아 이용자들은 ‘SEA’와 ‘siblings’를 합친 해시태그 #SEAblings를 사용하며 온라인 연대를 강조했고, 일부 한국 네티즌들도 감정적인 대응을 이어갔습니다. 단순한 공연 에티켓 논쟁이 어느 순간 국가 간 감정 대립처럼 보이는 상황으로 번진 것입니다.

이 사건은 한류가 이미 세계적인 문화 현상이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K-팝 공연과 드라마 촬영지, K-푸드를 찾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해외 관광객도 늘고 있습니다. 음악과 드라마, 영화, 음식까지 한국 문화는 이제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와 있습니다.

하지만 문화가 널리 확산될수록 예상하지 못한 갈등도 나타납니다. 서로 다른 관람 방식과 팬 문화가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K-팝 팬덤에는 ‘홈마(홈페이지 마스터)’라는 독특한 문화가 있습니다. ‘홈마’는 특정 아이돌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고성능 카메라로 공연이나 행사 현장을 촬영해 사진과 영상을 X(엑스)나 자체 팬 페이지에 공유하는 팬을 의미합니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2차 창작물은 팬덤을 확장하는 주요 경로로 작용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팬덤 문화가 해외 공연 환경에서는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대포 카메라 촬영이 적발된 뒤 해당 한국인 팬은 SNS를 통해 “주최 측에 카메라를 반납했고 주변 관객들에게 사과했다”고 밝혔습니다. 공연장에서 고성능 카메라 사용은 관객의 시야를 가리거나 공연 몰입을 방해할 수 있어 대부분 제한됩니다. 결국 팬덤 내부에서는 익숙한 촬영 문화가 다른 나라 관객에게는 공연 매너를 침해하는 행동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이러한 팬덤 문화의 특수성이 글로벌 공연 환경에서 충돌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갈등이 한류 확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라고 설명합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임대근 교수는 “케이팝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서로 다른 문화가 접촉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특정 문화가 다른 지역으로 퍼질 때 항상 자연스러운 수용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며, 때로는 현지 문화가 스스로를 방어하려는 반응도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한류 확산 과정에서는 비슷한 긴장이 나타난 적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7년 중국의 ‘한한령’입니다. 사드(THAAD) 갈등 이후 한국 연예인의 방송 출연과 공연이 제한되면서 한류 콘텐츠 산업이 타격을 입었습니다.

최근 갈등이 빠르게 확산되는 데에는 SNS 환경도 영향을 미칩니다. 연구자들은 케이팝 팬덤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온라인 네트워크 중 하나라고 분석합니다. 실제 SNS 데이터 연구에서도 케이팝 관련 게시물이 일반 콘텐츠보다 훨씬 높은 반응과 확산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한류 확산의 중요한 동력이지만 동시에 갈등도 빠르게 퍼질 수 있습니다. 특히 SNS에서는 소수의 강한 의견이 전체 여론처럼 보이는 ‘확대 효과’가 나타나기 쉽습니다. 일부 자극적인 발언이 알고리즘을 통해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실제보다 훨씬 큰 갈등처럼 보이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실제 사람들의 마음에 남은 작은 불안입니다. 여행 커뮤니티에서는 “요즘 동남아에서 한국을 비난하는 글이 많다는데 여행 가도 괜찮을까요”라는 질문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반대로 스레드(Threads)에서는 동남아 이용자가 “한국에 여행 가는데 분위기가 괜찮겠느냐”고 묻는 글도 등장했습니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갈등이 현실의 감정으로 이어진 모습입니다.

한류는 이제 단순한 문화 콘텐츠의 인기를 넘어 글로벌 문화 현상이 되었습니다. 영향력이 커질수록 그 문화가 보여주는 태도 역시 중요해집니다.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나는 자리에서는 작은 오해가 갈등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문화 강국이라면 감정적인 대응보다 주변 국가의 문화와 감정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

/ 위드온 글로벌 브릿지 하지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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