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승인 : 2026-02-13 13:30 기자 : 편집부
“쿠주장포라(Kuzu zangpo la)”—당신이 평화롭기를.
부탄 사람들은 이 인사로 하루를 시작한다. 단 한 문장이지만, 그 안에 이 나라의 철학이 모두 담겨 있다. 제4대 국왕 지그메 싱계 왕추크가 GDP 대신 GNH(Gross National Happiness, 국민총행복)을 국가 목표로 선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얼마나 부유한가”보다 “얼마나 평화로운가”를 묻는 나라, 바로 부탄이다.

부탄 헌법은 국토의 60% 이상을 숲으로 보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행복을 9개 영역(심리적 행복, 건강, 교육, 환경, 공동체 활력 등)과 33개 세부 지표로 측정한다. 숫자로 감정을 재는 것이 아니라, 숫자를 통해 감정을 보호하려는 시도다. 왕은 공식 행사에서 국민에게 먼저 합장하며 “국민이 나의 행복”이라 말하고, 국민은 그 말에 미소로 답한다. 법이 아니라 감정의 존중이 사회의 질서를 만드는 나라, 그것이 부탄이다.
이 철학은 교육에도 그대로 스며 있다. 부탄의 학교에는 ‘행복 교과서’가 있다. 이 교과서엔 시험보다 감정을 돌보는 법, 친구의 마음을 읽는 과제가 담겨 있다. 아이들은 하루에 한 번 “감사 일기”를 쓰고, 매주 “숲 명상” 시간을 갖는다. 교육의 목적이 경쟁이 아니라 균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교육의 첫 교사는 누구일까? 바로 어머니들이다. 부탄의 가정은 학교 이전의 학교다. 밥을 지으며 감사 기도를 드리고, 저녁이면 아이에게 “오늘 누구에게 미소를 건넸니?”라고 묻는다. 이 단순한 대화 속에 교육의 본질이 있다. 수도 팀부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매일 아침 어머니들이 교사보다 먼저 모여 향을 피우고, 아이들의 하루를 기도하며 시작한다. 배움이란 책상 위가 아니라 사랑의 숨결 속에서 자라는 것임을 그들은 알고 있다.
부탄의 교육정책도 이들의 손끝에서 완성된다. 헌법은 모든 아동에게 10학년까지의 무상 기본교육을 보장하고, 「부탄 교육청사진(2014–2024)」은 ‘형평성과 질적 향상’을 핵심 목표로 삼고 있다. 2016년 기준 초등학교 순입학률은 여아 98.8%, 남아 97.0%로 성평등 수준이 매우 높다. 또한 정부는 농촌 학생을 위해 기숙형 중앙학교를 설립하고, 유아조기교육센터를 확충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고등·직업교육의 접근성, 특히 농촌과 도시 간의 학습 격차는 과제로 남아 있다.
교육의 평등이 제도에서 시작되었다면, 그 평등을 생활로 옮기는 일은 여성들의 몫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탄 여성의 약 60%가 토지나 재산을 소유하고 있지만, 현실은 여전히 가사와 돌봄의 무게가 그들의 어깨 위에 놓여 있다. 그러나 부탄의 여성들은 이 제약을 받아들이는 대신, 그 안에서 길을 만든다. 밥을 짓고 아이의 숙제를 봐주는 일상 속에서 그들은 가정을 가장 오래된 학교로, 삶을 가장 따뜻한 교실로 바꾸어내고 있다.
2021년 국가여성아동위원회(NCWC) 조사에 따르면, 팬데믹 동안 부탄 여성의 90% 이상이 하루 평균 3시간 이상 자녀의 원격수업을 도왔다. 그러나 가정의 인터넷 보급률은 도시 80%, 농촌 40%로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일부 아동은 학습 중단이나 조혼, 조기취업으로 이어졌다. 배움의 불평등이 교실이 아니라 집의 조건에서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정부는 ‘비형식 교육(NFE) 프로그램’을 넓혀 여성들의 문해력과 학습 지원 역량을 키우고 있다. 2024년 현재 약 7만 명의 성인 여성이 이 과정을 마쳤으며, 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가정은 자녀 학습 참여율이 평균보다 35% 높았다. 배우는 어머니가 많아질수록, 아이의 배움도 자연스레 깊어진다. 어머니의 배움은 개인의 성장에 머물지 않고 가정 전체를 밝히는 등불이 되어 세대를 잇는 힘이 된다.
하지만 부탄의 교육은 수치로만 평가할 수 없다. 그들의 목표는 ‘IQ가 높은 아이’가 아니라 ‘EQ가 깊은 아이’를 키우는 것이다. 그래서 교사는 아이에게 “시험 준비됐니?”보다 “마음은 괜찮니?”라고 묻는다. 이 교육 방식은 불교의 중도(中道) 철학인 욕망과 금욕, 속도와 느림 사이의 균형에서 나온다. 아이들은 조용히 앉아 ‘좋았던 일 세 가지’를 적으며 하루를 정리한다. 그리고 그 습관을 만든 건, 언제나 어머니의 미소다.
팀부의 저녁, 골목마다 등불이 켜진다. 키라를 입은 여성이 문 앞에 곡식 한 줌을 두고 합장하면, 지나가던 아이가 그 모습을 따라 두 손을 모은다. 그 순간 부탄의 행복은 정책이 아닌 여성의 손끝에서 매일 지어지는 습관임을 깨닫는다. 숲을 지키고, 시간을 아끼며, 말을 다치지 않게 하는 삶의 태도, 그것이 부탄을 가장 평화로운 교실로 만든다. 행복은 교과서로 배울 수 없지만, 부탄의 어머니들은 그것을 하루의 행동으로, 마음의 언어로 가르치고 있다.
만약 행복을 묻는다면, 부탄의 여성들은 아마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당신의 오늘은 평화롭습니까?”
/ 글·사진 ⓒ 임향숙, 폭스포럼 대표, (사)지구보존운동연합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