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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석 청년정책] 청년이 늘어난 뒤에 정책이 따라온 도시, 화성

기사승인 : 2026-02-12 13:17 기자 : 편집부

대부분 지방 도시의 청년정책은 ‘감소’를 출발점으로 삼는다. 청년이 떠난 뒤에야 예산이 편성되고, 인구 통계가 꺾인 다음에야 대책이 나온다. 그래서 정책은 늘 한발 늦다. 그러나 경기도 화성시는 이 익숙한 경로와 반대편에 서 있다. 이 도시는 청년 인구가 먼저 늘었고, 행정은 그 증가를 뒤따라 정책으로 구조화하고 있다. 지금 화성이 ‘드문 사례’로 불리는 이유다.

이 흐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해외 사례가 있다. 네덜란드의 에인트호번이다. 에인트호번은 2000년대 중반 이후 반도체·첨단 제조 산업이 급성장하며 젊은 기술 인재와 국제 인력이 먼저 몰려들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인구 증가 속도를 주거·교육·교통 인프라가 따라가지 못했고, 병목은 도시 경쟁력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이에 도시권 차원의 ‘브레인포트’ 전략은 방향을 바꿨다. 목표는 유치가 아니라 정착이었다. 2030년까지 주택 약 6만2천 호 추가 공급, 국제 인재의 가족·교육·행정 정착 지원이 핵심 과제가 됐다. 정책은 성장을 ‘만드는’ 역할이 아니라, 이미 시작된 성장을 관리하기 위해 뒤따라온 대응이었다.

이 구조를 화성에 대입하면 그림은 분명해진다. 에인트호번이 하나의 도시라면, 브레인포트는 이를 중심으로 산업단지와 주변 도시를 묶은 광역 성장 전략이다. 이를 한국에 적용하면 화성시는 에인트호번, 동탄·향남·남양·산업단지를 아우르는 생활·산업권은 ‘화성권 전략’에 가깝다. 아직 공식적인 광역 브랜드는 없지만, 청년과 산업 인구 증가를 관리할 정책 필요성이 커지며 화성은 이미 성장 이후를 관리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통계는 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화성시의 청년 인구(만 19~39세)는 2019년 약 25만6천 명에서 2024년 약 28만 명으로 늘어, 5년 사이 2만4천 명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다수의 기초자치단체에서 청년 인구가 감소하거나 정체된 것과는 뚜렷이 대비된다. 청년 비중도 높다. 화성시 전체 인구 중 청년층 비율은 약 28~29%로 경기도 평균을 웃돈다. 이는 화성이 청년정책 수요가 확대되는 구조에 놓여 있음을 의미한다. 이제 질문은 “청년정책이 필요할까?”가 아니라, “어떤 청년정책이 필요한가?”로 바뀐다.

이 증가가 일시적 유입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은 출생 통계에서 다시 확인된다. 화성시는 최근 몇 년간 출생아 수 전국 1위 기초자치단체로 반복 언급됐다. 특정 연도에는 출생아 수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청년 유입이 정착과 가족 형성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화성이 ‘잠시 머무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도시’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중요한 것은 이 인구 변화에 대한 행정의 반응이다. 화성시는 증가를 방치하지 않고 비교적 빠르게 제도화 단계로 옮겼다. ‘화성시 청년 기본 조례’를 통해 정책의 법적 틀을 마련했고, 청년정책협의체를 구성해 청년을 정책 논의의 주체로 끌어들였다. 청년을 단순한 지원 대상이 아니라 공동 설계자로 위치시킨 것이다.

정책의 효과는 일자리 분야에서 가장 선명하다. 2024년 문을 연 ‘청년취업끝까지 지원센터’는 상담·역량 강화·매칭·사후 관리를 아우르는 전 과정 통합 구조를 갖췄다. 개소 이후 취업 상담과 프로그램 참여가 빠르게 늘었고, 실제 취업·인턴 연계 사례도 축적되고 있다. 중소·중견기업이 밀집한 화성의 산업 구조에서 ‘일자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연결되지 않아서’ 생기던 문제를 정확히 겨냥한 셈이다.

주거 정책도 같은 맥락이다. 화성시는 청년 월세 지원과 전·월세 보증금 대출 이자 지원을 병행해 연 최대 200만 원 수준의 주거비 부담 완화를 체감하게 했다. 상·하반기 모집을 통한 현금성 지원으로 정책의 실효성을 높였다. 여기에 청년활동 포인트제와 중소기업 재직 청년 내일응원금을 도입해 활동과 근속을 각각 포인트와 최대 100만 원의 지역화폐로 연결했다. 청년의 행동이 성과로 연결되는 구조다. 이는 청년정책은 복지를 넘어 노동시장 안정과 지역 경제 순환으로 확장하는 시도다.

청년지원센터 ‘HEY’를 중심으로 한 공간 정책도 주목할 만하다. 이곳은 대관 위주의 공간이 아니라, 심리·건강·학습·커뮤니티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한다. 특히 심리 상담 연계와 동아리 지원 사업은 반복 참여율이 높다. 청년을 관리 대상이 아닌 생활 단위 시민으로 바라보고 있다.

화성시 사례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이 도시는 청년정책으로 청년을 불러온 것이 아니다. 청년이 먼저 늘었고, 행정은 그 증가를 정책·제도·예산으로 묶어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 대부분의 도시는 여전히 “왜 청년이 떠나는가”를 묻는다. 화성은 이미 “늘어난 청년을 어떻게 정착시킬 것인가”를 고민하는 단계로 넘어왔다. 청년이 늘어나는 순간을 놓치지 않는 것, 어쩌면 그것이 지금 화성시 청년정책의 가장 중요한 성과일지 모른다.

/ 한국문학예술원 강이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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