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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석 청년정책] 청년이 머물 이유를 묻는 도시, 원주

기사승인 : 2026-01-29 13:35 기자 : 편집부

지방의 청년정책을 이야기할 때,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질문이 있다.
“그래서, 청년이 실제로 남았는가.”

지원금이 얼마인지, 사업이 몇 개인지는 그다음 문제다. 더 중요한 질문은 정책이 청년의 삶을 잠시 버텨내게 했는지, 아니면 머무를 이유를 만들었는지에 있다. 청년정책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시간과 선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질문을 가장 먼저 정면으로 마주한 도시 중 하나가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이다. 한때 필립스 중심 산업이 흔들리며 청년 유출이 가속화됐던 이 도시는 의외의 선택을 했다. 일자리를 단기간에 늘리거나 보조금을 확대하는 방식 대신, 실패와 전환을 전제로 한 청년정책 구조를 먼저 설계했다. 취업 여부를 성과로 삼기보다, 회복 과정과 재연결을 정책의 지표로 삼았다. 청년을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도시 혁신을 함께 실험하는 참여자로 위치시킨 것이다.

이 사례는 유럽의 성공담으로만 머물지 않는다. 이와 유사한 흐름은 강원도 중견도시 원주에서도 충분히 읽힌다.

그 질문 앞에서 원주라는 도시는 비교적 분명한 답을 준비해온 곳이다. 원주시의 청년정책은 화려하지 않다. 대신 구조가 분명하고, 수치가 뒷받침되며, 무엇보다 ‘회복 이후’를 전제로 설계돼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원주시 청년정책의 출발점은 제도에 있다. 「원주시 청년 기본 조례」를 통해 정책 대상을 명확히 규정하고, 청년정책위원회와 청년정책네트워크를 공식 기구로 운영한다. 정책은 행정이 설계하지만, 의견 제안과 점검 과정에 청년이 참여하도록 구조화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위원회는 시행계획과 전년도 실적을 심의하고, 청년정책네트워크는 분과 활동을 통해 실제 정책 제안과 피드백을 담당한다. 이는 보여주기식 자문기구가 아니라, 정책 과정 안에 청년을 위치시키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이 구조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드러난 사례가 ‘청년도전지원사업’이다. 이 사업은 고용노동부 공모사업으로, 취업을 단념했거나 고립 위험에 놓인 청년을 다시 사회와 연결하는 데 목적이 있다. 원주시는 2025년 해당 사업에서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이는 단순한 명칭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참여자 126명 가운데 118명이 과정을 이수했고, 이수율은 97.5%에 달했다. 이수 이후 다수의 청년이 취업, 창업, 국민취업지원제도, 직업훈련, 일경험 프로그램으로 연계됐다. 프로그램 참여에 그치지 않고, 다음 단계로 이동했다는 점이 정책 성과의 핵심이다.

원주시는 이 성과에 안주하지 않는다. 2026년부터 대상 연령을 18~39세까지 확대하고, 과정도 장기·중기·단기로 세분화한다. 특히 고립·은둔 청년과 자립준비청년을 적극 발굴하겠다는 방향은 정책의 초점을 ‘이미 준비된 청년’이 아니라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으로 옮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지방 청년정책에서 흔치 않은 선택이다.

주거 정책에서도 원주시는 비교적 구체적인 방식을 취한다. 청년월세 한시 특별지원(2차)은 중앙정부 사업이지만, 원주시는 소득·재산 기준과 주택 요건, 전입신고 절차 등 신청에 필요한 정보를 지역 포털에서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정리했다. 정책을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이용할 수 있게 돕는 행정에 가깝다.

공간 정책 역시 주목할 만하다. 원주에는 ‘청년라운지 이스트·웨스트’라는 청년 전용 공간이 운영되고 있다. 공부와 회의, 휴식이 모두 가능한 공간으로, 평일 야간까지 개방되며 대관도 가능하다. 이 공간이 직접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청년이 하루를 보내고 관계를 형성하며 지역에 머물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정주 여건을 정책 언어가 아닌 생활 인프라로 풀어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은 강원특별자치도의 광역 정책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제2차 강원특별자치도 청년정책 기본계획」은 일자리와 주거, 삶의 질, 참여 거버넌스를 핵심축으로 제시한다. 원주시의 청년정책은 이 광역 전략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도록 구현되는 단위로 기능한다. 도가 방향을 제시한다면, 원주는 이를 정책과 성과 지표로 구체화하는 연결 지점에 서 있다.

물론 원주의 청년정책이 모든 문제를 해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청년 인구 유입과 정착을 보여주는 장기 지표는 여전히 보완이 필요하다. 주거·일자리·공간 정책 역시 생활권 흐름에 맞게 더 촘촘히 연결될 여지가 있다. 민간·대학·기업과의 협력을 일상적인 구조로 확장하고, 정책 홍보 또한 ‘있다’는 사실을 넘어 청년에게 자연스럽게 닿는 방식으로 다듬어 갈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점은 있다. 원주시는 청년을 단순한 지원 대상이 아니라, 정책에 참여하며 도시를 함께 만들어 가는 주체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지방소멸을 논할 때, 이제 질문은 달라져야 한다.
“청년이 왜 떠나는가”가 아니라,
“청년이 머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는가”를 물어야 한다.

그 질문 앞에서 원주는, 적어도 방향만큼은 분명한 도시라 평가할 수 있다.

/ 한국문학예술원 강이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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