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아이틴뉴스칼럼

HOME > 칼럼

[이정미 세계여행]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너머의 석양과 밤

기사승인 : 2026-01-19 13:10 기자 : 편집부

호주는 남반구에 위치한 대륙 국가로, 바다와 맞닿은 항구 도시를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동부 해안에 자리한 시드니는 이러한 특성이 가장 또렷하게 드러나는 도시다.

행정 수도는 캔버라이지만, 국제 교류와 산업 활동, 문화 기능은 오랫동안 시드니에 집중돼 왔다. 굴곡진 해안선을 따라 확장된 도심은 바다를 메우기보다 기존 물길을 피해 형성됐고, 항구는 지금도 도시의 한복판에서 일상과 맞닿아 있다. 

시드니를 대표하는 오페라 하우스는 이러한 도시 성격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장치로 자주 언급되지만, 이 도시의 이야기는 그 건축물 너머에서 이어진다.

해가 기울 무렵, 로열 보태닉 가든에서는 오페라 하우스가 항구 너머로 보인다. 나무 사이로 드러난 흰 지붕은 풍경의 한 요소로 놓이고, 빛이 낮아질수록 건물의 윤곽이 또렷해진다. 항구 쪽으로 내려오면 오페라 하우스는 바로 앞에 놓여 있고, 계단과 광장을 오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상의 배경이 된다. 밤이 되면 서큘러 키에서는 장면이 다시 달라진다. 항구 건너편에 자리한 오페라 하우스와 수면 위에 이어진 불빛이 함께 들어오며, 이곳의 야경은 건축물과 항구가 한 화면에 정리된 모습으로 남는다.

시드니 항구의 출발점은 록스 지역이다. 18세기 말 초기 이주민들이 처음 정착한 이곳에는 석조 건물과 좁은 골목이 남아 있다. 바위를 깎아 길을 내고 건물을 세운 흔적은 도시 형성 초기의 시간을 전한다. 현재의 록스는 상업 공간과 주거, 방문자의 동선이 겹치는 장소로 바뀌었지만, 항구 도시 시드니의 기원이라는 성격은 유지되고 있다.

이 항구의 중심에 오페라 하우스가 놓여 있다. 덴마크 건축가 요른 웃손의 설계로 시작된 이 건축물은 긴 공사 기간과 여러 차례의 조정을 거쳐 완공됐다. 외벽을 덮은 세라믹 타일은 멀리서 보면 단일한 색면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에서는 서로 다른 질감과 색이 교차한다. 이곳은 조형물에 머무르지 않는다. 오페라와 클래식 공연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실제 공연장이며, 항구 한가운데 놓인 문화 시설이라는 점에서 도시의 동선 위에 자리한다.

오페라 하우스를 지나면 서큘러 키가 이어진다. 이곳은 최초의 이민 선단이 도착한 장소이자, 현재는 페리와 유람선이 오가는 교통의 거점이다. 항구에서는 관광객과 통근자가 같은 구간을 오가며, 다양한 목적의 흐름이 한 장면을 이룬다.

서쪽으로 이어지는 달링 하버는 과거 항만 기능을 대신해 보행로와 전시 공간, 식당이 함께 배치된 지역으로 바뀌었다. 이미 사용 중인 생활 공간에 외부 방문자가 합류하는 형태가 반복된다.

도시의 동쪽 끝에 자리한 본다이 해변 역시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수영과 서핑, 구조 활동이 함께 이뤄지고, 지역 주민과 방문자가 정해진 규칙에 따라 같은 공간을 이용한다. 자연은 열려 있지만, 사용에는 기준이 분명하다. 이는 시드니 곳곳에서 반복되는 도시 사용의 방식이다.

낮 동안 관광객이 머물던 공간에는 저녁 무렵 또 다른 사람들이 등장한다. 오페라 하우스 너머로 이어진 구간에서는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사람들, 운동복 차림으로 항구를 지나가는 주민들, 업무를 마친 직장인들이 같은 방향으로 걷는다. 별다른 연출 없이도 이 시간의 풍경은 시드니의 일상을 드러낸다.

시드니에는 많은 한국인이 삶을 이어가고 있다. 초기 이민 이후 형성된 한인 사회는 특정 지역에만 머무르지 않고 교육과 의료, 서비스와 산업 전반으로 확장됐다. 무어 파크(Moore Park)에 세워진 한국전 참전 기념비는 양국 관계가 교류를 넘어 축적된 역사임을 조용히 전한다. 오늘날 시드니는 자원 교류와 산업 협력의 거점이자, 수많은 한국인의 생활 공간이기도 하다.

오페라 하우스는 시드니를 기억하게 만드는 출발점이다. 이 도시를 바라보는 장면은 그 너머로 이어진다. 항구를 따라 이어진 공간과 그 안에서 반복되는 일상, 오랜 시간 축적된 관계가 시드니의 모습을 드러낸다. 석양에서 밤으로 이어지는 시간은 특별한 장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시드니의 밤은 석양이 완전히 사라진 뒤에도, 시드니를 기억하게 만드는 지점으로 남아 있다.

/ 글·사진 ⓒ 이정미, 한국콘텐츠개발연구원 이사장, 여행 인플루언서 ‘기장아내 나두트립’

[저작권자ⓒ 아이틴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