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승인 : 2026-01-16 13:03 기자 : 편집부
안동시를 설명하는 새로운 언어가 필요하다면, 답은 이탈리아의 마테라에 있다. 한때 ‘이탈리아의 수치’로 불리던 마테라는 낙후와 빈곤, 인구 유출의 상징이었다. 당시 도시의 선택지는 철거 아니면 방치로 보였다. 그러나 마테라는 다른 길을 택했다. 청년을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도시를 다시 쓰는 주체로 세우는 선택을 했다.

버려진 동굴주거지 사씨(Sassi)는 철거되지 않았다. 공공이 공간을 열고, 청년 예술가·건축가·기획자가 레지던시와 창작 스튜디오, 문화기획 프로젝트로 채우게 하였다. 유럽연합과 지방정부는 청년 주도의 문화 실험에 재정을 매칭하였다. 그 결과 단기 일자리가 아니라 체류형 일과 삶의 구조가 형성되었다. 2019년 유럽 문화수도 선정은 결과에 불과하였다. 핵심은 청년이 도시를 ‘소비’하는 방문객이 아니라 도시를 ‘사용’하는 생활자가 되도록 정책을 설계하였다는 점이다.
이 지점에서 안동은 낯설지 않다. 전통은 박물관에 보관될 때보다 오늘의 삶 속에서 다시 쓰일 때 힘을 갖는다. 유교 문화, 서원과 종가, 제례와 한옥이라는 자산을 가진 안동 역시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전통을 어떻게 오늘의 청년과 연결할 것인가, 그리고 그 연결을 정책이라는 언어로 어떻게 지속할 것인가의 문제다.
안동시의 청년정책은 ‘의욕적이다’라는 표현보다 ‘구조를 갖췄다’는 말이 더 적절하다. 지방 청년정책이 흔히 사업 나열에 그치는 데 비해, 안동은 규모·대상·재원·공간을 비교적 명확히 설계해왔다. 2025년 기준, 안동시는 청년정책을 6개 분야 40개 사업, 약 110억 원 규모로 추진하고 있다. 일자리와 창업에만 매달리지 않고 교육, 주거, 문화, 복지, 참여 영역까지 동시에 묶었다는 점에서 단년도 실험이 아니라 행정 내부의 정책 인식 전환으로 읽힌다.
핵심 축은 역시 일자리와 창업이다. 안동시는 ‘청년예비창업가 육성사업’을 통해 매년 5명(팀) 내외의 청년 창업가를 선발해 활동비, 교육, 컨설팅, 공간을 패키지로 지원한다. 숫자만 보면 소규모지만, 선발, 교육, 사업화로 이어지는 완결형 구조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여기에 국립경국대와 연계한 청년전용 지식산업센터를 운영하며, 제조·식품가공·바이오·문화콘텐츠 등 지역 특화 업종의 창업 공간과 공용 장비를 제공하였다. ‘아이디어는 있지만 시작할 공간이 없다’는 지방 청년의 현실을 행정이 먼저 인식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정착을 전제로 한 정책도 비교적 분명하다.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사업’을 통해 1인당 최대 1,500만 원의 창업지원비를 지급하고, 사업장은 반드시 안동에 두도록 설계했다. 이는 청년을 잠시 불러들이는 정책이 아니라, 어디에서 살아가게 할 것인가를 전제로 한 정책이다. 지방 청년정책에서 이러한 조건을 명시하는 경우는 아직 많지 않다.
생활비 부담을 낮추는 정책 역시 숫자로 확인된다. 안동시는 청년 면접 정장 대여료 지원으로 구직 초기 비용을 줄였고, 19~39세 무주택 청년 신혼부부에게는 월 10만~30만 원씩 최대 2년간 주거비를 지원하였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청년정책에서 자주 놓치는 ‘구직 초기’와 ‘결혼 이후’의 시기를 함께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금액보다 중요한 것은 청년의 삶을 과정 전체로 바라보는 시선이다.
이 모든 정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속도가 아니라 지속성이다. 안동시는 청년정책위원회를 통해 추진 현황을 점검하고, 다수 사업을 매년 반복·보완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눈에 띄는 이벤트보다 작지만 끊기지 않는 정책의 흐름을 선택한 것이다. 이는 지방 도시가 감당할 수 있는 현실적인 선택이기도 하다.
물론 한계도 분명하다. 40개 사업이라는 숫자에 비해 체감도는 아직 높지 않고, 민간 일자리와의 연결, 청년이 일상적으로 머물 수 있는 문화, 여가 인프라는 더 보강돼야 한다. 정착률과 고용 유지율 같은 성과 지표 역시 보다 투명하게 공개될 필요가 있다. 이제 정책의 다음 단계는 확대보다 연결과 축적이다.
그럼에도 안동시의 변화 방향은 분명하다. 안동은 청년을 ‘머물다 떠나는 손님’이 아니라 도시를 함께 사용하는 주체로 대하기 시작했다. 전통과 문화라는 오래된 자산 위에 숫자와 구조를 얹어, 단순 지원을 넘어 도시의 미래를 설계하는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 사례는 전통도시 청년정책의 핵심을 보여준다. 전통을 보존의 대상에만 두지 말고 청년이 참여·활용할 수 있는 자원으로 바꿔야 한다. 그래서 안동의 청년정책은 단순한 지원을 넘어, 도시의 미래를 설계하는 방식에 가깝다. 성과는 인원수가 아니라 정착률과 체류 시간으로 평가해야 한다. 안동은 지금, 자신만의 속도로 ‘한국의 마테라’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 한국문학예술원 강이석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