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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석 청년정책] 청년을 붙잡는 도시, 공주의 선택

기사승인 : 2026-01-08 13:42 기자 : 편집부

지방 도시의 청년정책을 설명할 때 가장 설득력 있는 출발점은 해외의 성공 사례와 나란히 놓아보는 일이다. 정책은 언제나 비교 속에서 또렷해진다. 그중에서도 공주시와 가장 닮은 도시는 이탈리아의 볼로냐다. 볼로냐는 화려한 혁신도시가 아니다. 인구 약 39만 명의 중소도시로, 공주 같은 지방 도시와 비교하기에 충분히 현실적인 사례다.

볼로냐 역시 2000년대 이후 주거비 상승과 노후화로 청년들의 장기 체류가 줄어드는 위기를 겪었다. 도시의 대응은 의외로 단순했다. 신도시 확장이나 외곽 개발 대신, 도심에 다시 사람이 살게 하자는 선택이었다. 폐공장과 공공건물을 리모델링해 청년·학생 주거를 공급하고, 이를 복지 차원이 아닌 도심 재생과 인구 정착을 동시에 겨냥한 전략으로 활용했다. 담배공장을 문화·교육·주거 공간으로 되살린 ‘마니파투라 델레 아르티’는 그 상징이다. 이 공간을 중심으로 공실률은 낮아지고, 상권과 야간 문화가 다시 살아났다. 청년이 머무르자, 도시는 자연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공주의 선택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공주는 대규모 택지 개발이나 단발성 지원금 대신, 원도심의 노후 건물을 고쳐 청년 공유주택을 만드는 길을 택했다. 주거를 출발점으로 청년의 생활과 활동, 지역 상권을 다시 잇겠다는 판단이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실제로 사람이 머무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점에서 공주의 청년정책은 시작부터 방향이 분명했다. 그래서 공주는 ‘한국의 작은 볼로냐’라는 비교가 어색하지 않다.

공주의 청년정책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홍보 문구보다 먼저 숫자와 제도가 눈에 들어온다. 공주시는 국무조정실이 주관한 제2차 청년친화도시에 최종 선정됐다. 이는 명칭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연 5억 원 규모의 국비 지원과 함께 정책 컨설팅, 교육, 성과관리까지 묶인 패키지 지원이 이어진다. 서면·발표·현장 실사를 거쳐 청년활동의 지속성, 거버넌스, 재정 투입의 실효성까지 검증됐다. 공주는 그 관문을 통과했다.

예산 배분에서도 방향은 분명하다. 공주는 2023~2025년 지방소멸대응기금 200억 원 가운데 101억 원을 청년사업에 투입했다. 절반이 넘는 비중이다. 예산은 곧 정책의 우선순위다. 공주는 청년을 특정 부서의 사업이 아니라, 도시 전략의 핵심 변수로 다뤘다.

정책은 구조로 완성된다. 공주의 청년정책은 단년도 사업 나열이 아니라 2025~2029년 5개년 계획으로 묶였다. 일자리·주거·교육·참여 등 5대 분야, 52개 사업이 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기존 정책에 청년 인턴십, 통계 구축, 청년의 달 운영, 결혼·자립 교육을 보완해, 청년의 삶 전반을 단계적으로 뒷받침하려 했다. 먼저 설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생활 안정을 거쳐, 청년이 머무는 도시로 나아가겠다는 순서다.

이 가운데 가장 체감되는 성과는 청년 공유주택이다. 노후 건물을 새로 고쳐 도심 한가운데에 청년이 실제로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현재 5개 동이 운영 중이며, 건물마다 4~11명이 입주해 생활하고 있다. 2026년까지 6개 동, 최대 38명 규모로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분명하다. 대상은 18~45세 무주택 청년, 보증금 100만 원, 2년 거주(연장 1회·최대 4년) 조건이다. 주거비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일정 기간 지역에 머물도록 설계했다. ‘집이 안정되면 삶이 이어진다’는 정책의 논리가 이곳에서는 말이 아니라 일상으로 작동하고 있다.

공주는 청년 의견 수렴 역시 행사로 끝내지 않는다. 청년정책위원회, 청년네트워크, 청년센터가 제도적으로 연결돼 있고, 입주자 모집부터 성장 프로젝트, 플리마켓, 정책 공모까지 상시 공고 체계가 유지된다. 청년을 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참여자로 대우한다는 신호다. 여기에 더해 청년농·스마트팜 등 다중 진입 경로도 열어 두었다. 도시와 농촌, 문화와 농업을 나누지 않는 접근이다.

물론 과제도 남아 있다. 공유주택 규모가 아직 제한적이어서 정책 효과가 도시 전반으로 확산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주거 이후 일자리와 소득으로 이어지는 경로가 충분히 강화되지 않으면 정착은 일시적 체류에 머물 수 있다. 원도심 중심 정책이 외곽 지역 청년에게 체감되지 않는 문제도 있다. 입주 이후 취·창업, 정착률 같은 정량적 성과를 꾸준히 공개하고 점검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은 하나다. 청년정책은 구호로 남으면 실패한다. 공주는 이를 숫자와 구조로 남겼다. 국가 지정이라는 외부 검증, 101억 원의 재정 투입, 공유주택이라는 실물 성과, 그리고 5개년 계획이라는 구조화. 지방소멸의 시간표가 앞당겨진 지금, 공주의 선택은 조용히 묻는다. 청년을 붙잡는 도시는 무엇으로 증명되는가. 공주는 그 답을 예산과 주거, 그리고 제도로 차분히 보여주고 있다.

/ 한국문학예술원 강이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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