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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세계여행] 벨기에 수도 브뤼셀, 빛으로 물드는 밤의 대명소

기사승인 : 2025-12-15 13:41 기자 : 편집부

파리, 암스테르담, 쾰른 등 유럽 대륙 주요 도시들을 잇는 허브에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이 위치한다. 유럽연합(EU)과 나토(NATO) 본부가 자리한 브뤼셀은 유럽 정치와 행정의 심장부 역할을 수행한다. 여기에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벨기에 맥주 문화를 비롯해 와플과 초콜릿 같은 세계적 미식 자원을 보유해, 여행 목적지로서의 문화적 가치를 분명하게 드러낸다.

브뤼셀의 낮은 현대적이고 정돈된 분위기와 중세 건축물이 공존하는 도시의 단면을 보여준다. 그러나 해가 진 뒤에는 거리가 다른 풍경을 드러낸다. 브뤼셀의 밤은 조명의 강도와 색감이 달라지면서 도심 전체에 무대와 비슷한 분위기가 형성된다. 이처럼 시간대에 따라 풍경이 분명하게 달라지는 장소는 여행자의 기억 속에 오래 남는다.

정오 무렵 브뤼셀에 도착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도심 중앙부의 브뤼셀 왕궁이다. 벨기에 군주의 공식 집무실로 사용되는 이 석조 건축물은 대리석 기둥과 절제된 장식으로 권위를 드러내며 도시의 중심을 지키고, 실제 국왕이 거주하는 라켄 왕궁과는 구분되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왕궁을 지나 도심 남쪽 언덕으로 발길을 옮기면 브뤼셀의 지형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예술의 언덕, 몬 데자르(Mont des Arts)에 닿는다. 잘 정돈된 정원과 계단으로 이루어진 이곳은 도시 전경을 바라보는 대표 전망대다. 언덕 위에 서면 정원과 분수 너머로 구시가지의 붉은 지붕, 고딕 양식의 시청사 첨탑, 브뤼셀 대성당이 거의 한 줄로 이어진 장면이 펼쳐져 브뤼셀 중심부를 한눈에 그려볼 수 있다. 사진으로 도시의 윤곽을 담기에도 적합한 지점이다.

정돈된 풍경을 바라보던 중, 광장 쪽에서 들려온 환호성이 시선을 끈다. 

비어바이크를 타고 광장을 가로지르는 여행객들이 함께 페달을 밟으며 잔을 들어 올린다. 그중 한 무리는 지나가던 나를 향해 “Santé”(산떼·건배)라고 외쳤고, 나도 손을 들어 “산떼”로 답했다. 벨기에에서 맥주 한 잔은 낯선 이에게도 자연스럽게 말을 거는 인사말처럼 느껴진다. 

벨기에의 맥주 문화는 2016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으며, 람빅·트라피스트 등 수백 가지 종류의 맥주가 존재한다. 이는 이 나라가 오랜 시간에 걸쳐 맥주 문화를 일상 속에서 가꾸어왔음을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앉을 즈음, 브뤼셀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그랑플라스(Grand Place)에 도착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도시의 상징인 이 광장은 낮 시간의 차분한 분위기와 달리, 밤이 되면 그 역사적 가치와 건축 미학이 한층 두드러진다.

그랑플라스에서는 저녁이 되면, 광장을 둘러싼 건축물을 배경으로 ‘사운드 & 라이트 쇼(Sound & Light Show)’가 펼쳐지는 날이 많다. 조명은 건물의 형태를 따라가며 외벽과 조각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낮에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던 세부 장식과 조형 요소들이 어두운 배경 위에서 또렷하게 떠오른다. 특히 겨울 축제 기간에는 해 질 녘부터 늦은 밤까지 라이트쇼가 이어지며, 광장 한가운데에 서면 조명과 음악이 만들어내는 공간의 변화가 차분하게 다가온다.

그랑플라스를 둘러싼 건축물은 야간 조명 속에서 더욱 또렷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중앙의 시청사(Hôtel de Ville)는 고딕 양식의 대표적인 예로, 높은 첨탑과 섬세한 조각이 어두운 하늘을 배경으로 도드라진다. 주변의 길드하우스(Guildhalls)는 17세기 후반 재건된 건물들로, 브뤼셀 상인 조합의 경제력과 예술성을 상징한다. 조명은 건축물의 세부 장식을 강조하고, 거리 공연의 불빛과 상점 간판에서 번지는 반사광까지도 야경의 일부가 된다. 조명과 그림자가 겹쳐지는 이 도시의 밤은 한 장면으로 고정되지 않고 여러 겹의 장면으로 기억된다.

브뤼셀은 낮과 밤의 시각적 연출이 뚜렷하게 대비되는 도시다.

낮의 정제된 건축미와 밤의 조명 연출을 모두 경험해야 비로소 이 도시의 진면목을 마주할 수 있다. 이곳의 진짜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하루 이상 머물며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도심의 풍경을 직접 경험해보길 추천한다.

/ 글·사진 ⓒ 이정미한국콘텐츠개발연구원 이사장, 여행 인플루언서 ‘기장아내 나두트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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