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승인 : 2025-12-11 13:05 기자 : 편집부
호주 뉴캐슬의 ‘리뉴 뉴캐슬(Renew Newcastle)’은 공실과 쇠퇴를 어떻게 청년 창업의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2000년대 초반 뉴캐슬 중심가의 공실률은 20%를 넘어섰고, 거리 대부분이 폐점한 상가로 채워진 유령지대였다. 그러나 2008년 비영리단체가 건물주와 ‘30일 롤링 라이선스’ 임시 사용 계약을 체결해 공실 점포를 청년 창작자에게 임대료 없이 개방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결과는 놀라웠다. 6년간 80여 개 빈 점포가 다시 열리고 236개 창업 프로젝트가 탄생했으며, 공실률은 최대 90%까지 감소했고, 한때 ‘죽은 거리’였던 Hunter Street Mall은 도시 관광 명소 2위로 부상했다. 건물을 새로 짓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실험의 의미는 더욱 크다. 공간을 먼저 열자, 사람이 따라왔고 도시의 흐름도 자연스럽게 복원되었다.

이 사례는 지금 경기도 거북섬과 반달섬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두 지역은 시화호 북측 9.99㎢를 개발하는 시화MTV의 핵심 구역으로 조성됐지만, 현재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공실 문제를 안고 있다. 거북섬 상가는 전체 3,200여 개 호실 가운데 80~90%가 비어 있고, 일부 건물은 공실률이 95%에 달한다. 반달섬의 경우 생활형 숙박시설(생숙)이 7033실 공급됐으나 상당수가 공실·미분양 상태이며, 언론에서는 “7천 공실의 섬”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 정도 수치는 단순한 부동산 순환 문제를 넘어 구조적 실패를 의미한다.
근본 원인은 명확하다. 첫째, 상업용지가 수요를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과다 공급됐다. 전국 평균 상업지역 비율은 1.9%, 시흥시 전체는 1.4%인데 시화MTV 시흥 구역만 떼어 보면 49.9%에 달한다. 도시 전체 수요가 채울 수 없는 구조였다. 둘째, 고가 분양 중심 상가 설계가 공실을 고착화했다. 거북섬 1층 상가는 평당 2천만원대에 분양되었고, 투자자 상당수는 대출을 끼고 매입했다. 그 결과 초기 임대료를 높게 설정할 수밖에 없어 임차인이 들어오지 못했고, 상가는 ‘소유된 공실’로 남았다. 셋째, 관광수요 예측도 빗나갔다. 시흥시는 거북섬에 연간 250만 명을 예상했지만, 웨이브파크 개장 첫해 실제 방문객은 약 10만 명 수준이었다. 반달섬은 호텔·리조트·마리나가 들어설 것이라 했으나 정작 공급된 것은 생숙 7000실이었고, 관광객이 누릴 콘텐츠는 거의 없었다. 여기에 코로나19가 겹치며 상권 형성의 골든타임이 통째로 사라졌다. 생활 인프라 부족도 문제였다. 상업·숙박 시설은 넘치지만 어린이집, 학교, 병원, 대형마트 등 정주 기능은 거의 갖추지 못해 실수요가 형성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두 인공섬에 희망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리뉴 뉴캐슬은 가장 현실적이고 부담이 적은 해법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새로 짓는 대신, 이미 있는 공실을 ‘문을 열어주는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거북섬은 오이도와의 자연스러운 연결이라는 분명한 장점을 갖고 있다. 매년 300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오이도를 찾지만, 이 흐름은 방파제에서 멈추고 거북섬까지 이어지지 않는다. 만약 거북섬의 공실 상가를 임대료 없는 청년 실험공간으로 개방해 해양 레저 팝업숍, 서핑 브랜드, 로컬 아트숍, 청년 레지던시 같은 콘텐츠가 자리 잡는다면, 오이도 관광의 경험은 자연스럽게 거북섬까지 확장될 수 있다. 관광객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그들을 맞이할 공간의 문이 닫혀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거북섬이 지닌 가장 큰 잠재력이다.
반달섬은 더 큰 실험의 무대다. 7천 공실은 실패의 증거이기도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7천 개의 실험 공간이다. 호주 뉴캐슬이 80개 공실로 도시를 바꿨다면, 반달섬은 그 100배의 잠재력을 가진 셈이다. 이미 정부는 일부 생숙을 오피스텔 전환을 일부 허용하고 있고, 안산시는 용도변경 TF를 운영하고 있다. 반달섬을 단기 체류형 창업 캠프, 디지털 노마드 코리빙, 창작 스테이, 로컬 브랜드 팝업 호텔 등으로 재설계한다면 시화호라는 자연환경을 활용한 독자적 청년 인큐베이션 모델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한 번에 모든 답을 내리는 대규모 개발이나 정책이 아니라, 작고 지속 가능한 실험을 반복해 성공 사례를 쌓아가는 방식이다.
결국 두 인공섬의 미래는 새로운 건물을 리모델링 하는 데 있지 않다. 공실의 문을 어떻게 열 것인가, 그 문을 가장 먼저 열어줄 사람을 누구로 설정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공실을 청년에게 연결하는 제도적 틀이 갖춰지면, 도시는 자연스럽게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문이 열리면 사람이 오고, 사람이 오면 이야기가 쌓이며, 이야기가 쌓이면 공간은 다시 태어난다. 리뉴 뉴캐슬이 보여준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거북섬과 반달섬은 지금 공실의 섬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한국형 청년 인큐베이션을 가장 먼저 구현할 수 있는 드문 기회의 섬일지도 모른다.
/ 글.사진 한국문학예술원 강이석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