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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세계여행] 태평양의 섬, 하와이에서

기사승인 : 2025-12-01 13:27 기자 : 편집부

태평양 위에 떠 있는 하와이섬.

바다로부터 천천히 밀려들던 호놀룰루 와이키키 해변의 공기와, 검은 지층이 드러난 빅아일랜드 화산지대 앞에서 나는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하와이 오아후섬의 남동쪽, 와이키키를 굽어보는 능선 위에 자리한 다이아몬드 헤드는 약 40~50만 년 전, 코올라우 화산의 재분화 활동으로 형성된 응회환 화산 지형이다. 1908년부터는 미군 요새로 사용되며 관측초소와 벙커가 설치되었고, 지금은 왕복 약 2.6km의 트레킹 코스로 조성되어, 매년 수백만 명이 이 길을 오른다. 정상부 전망대(Diamond Head Summit Lookout)에 이르면 호놀룰루 전경과 와이키키 해안선, 그리고 수평선 너머 태평양이 360도 시야로 펼쳐진다.

이른 아침, 능선을 따라 흘러가던 구름과 해안 바위 위로 번지던 빛, 바다와 맞닿은 이곳의 풍경은 하와이를 떠난 지금도 선명한 잔상으로 남아 있다.

하와이 오아후섬 동쪽 끝, 해발 약 197m 바다 절벽 위에 자리한 마카푸우 전망대는 태평양과 카이비 해안선, 마나나섬(토끼섬)이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대표적인 조망 포인트다.

맑은 날에는 몰로카이섬까지 시야가 트이며, 매년 11월부터 4월 사이에는 혹등고래가 이동 경로에 있어 전망대 앞바다에서 고래를 포착하는 장면도 종종 이어진다. 인근의 1909년 세워진 마카푸우 등대는 사진 명소로도 알려져 있으며, 트레일을 따라 오르는 길은 하와이 동부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드라이브 코스 중에서도 경관이 뛰어난 구간으로 꼽힌다.

마카푸우 전망대에 오르자, 짙푸른 바다 너머로 낮게 깎인 절벽과 암석 지대가 길게 펼쳐졌다. 그 풍경은 말로 다 담기 어려울 만큼 크고 무게감 있었다.

한참 동안 풍경을 바라보던 남편이 말을 꺼냈다.

“경계가 분명한데, 묘하게 조화를 이루네.”

그의 말은, 세상을 다른 각도에서 오래 바라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해석처럼 들렸다.

햇살이 가득한 오후, 카네오헤에 있는 호오말루히아 식물원 (Ho'omaluhia Botanical Garden)에 도착했다. 현지인의 추천만큼이나, 열대 식물들과 잔잔한 호수가 어우러진 정원은 입구부터 산맥의 곡선이 프레임처럼 풍경을 감싸고 있었다.

아이들은 낮은 풀밭을 따라 걷거나, 날아드는 새를 따라가며 웃고 있었다. 우리도 식물원 산책길을 걷다 잠시 멈춰, 바람과 나뭇잎, 물소리에 마음을 씻기듯 시간을 흘려 보냈다.

하와이 섬에서는 넓은 초원을 따라 펼쳐진 쿠알로아 랜치, 와이키키 해변에서의 여유,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놀이까지 이 모든 것들이 천국의 섬처럼 느껴진다.

그런 풍경 속에서 또 하나의 명소가 있다. 하와이에 오면 꼭 먹어보라던 말라사다. 레오나즈 베이커리 앞에는 도넛을 손에 쥐고 나오는 줄이 길게 이어진다. 나는 갓 튀겨낸 도넛을 한입 베어무는 순간, 겉은 바삭하고 안은 부드럽게 녹아들었다.

그리고 하와이 열대 우림 속에 자리한 마노아 밸리 스타벅스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녹색 외관이 이국적인 풍경과 어우러지며 그 자체로 방문의 이유가 되었다. 커피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매장 안, 오늘은 이상하게도 커피를 주문하는 이 순간이 더 설레었다.

하와이섬(Big Island)은 서울의 여섯 배에 달하는 면적을 지닌 하와이 제도 최대의 섬으로, 활화산 킬라우에아와 마우나로아가 만들어낸 독특하고 역동적인 지형이 특징이다. 해저 기준 높이로 세계 최고봉으로 꼽히는 마우나케아를 비롯해, 검은 모래 해변과 광활한 용암지대, 열대우림까지 하나의 섬 안에서 10여 개의 기후대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화산 활동이 만든 지형을 가까이에서 체감할 수 있는 화산 국립공원은 매년 수백만 명이 찾는 대표 명소로, 지구의 생성과 진화를 직접 목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손꼽힌다.

호놀룰루에서 빅아일랜드로 이동한 뒤, 동쪽 해안선을 따라 남쪽으로 차를 몰았다. 도로 양옆으로는 굳어버린 검은 용암지대가 펼쳐졌고, 바닷가엔 파도가 암석을 세차게 때렸다.

타오르는 햇살, 검은 용암지대, 거센 파도가 부서지는 해안과 절벽 위로 떨어지는 폭포. 그 모든 풍경을 지나 도착한 화산 국립공원 앞에서, 말이 저절로 멎었다.

사방을 뒤덮은 용암 지형, 굳은 바닥의 결, 바람결 따라 흩날리는 붉은 흙먼지까지, '경이롭다.'는 말만으론 설명할 수 없는 풍경이었다.

외국인 노부부가 조용히 손을 맞잡은 채, 끝없이 펼쳐진 화산 대지를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뒷모습은 풍경과 감정으로 교감하는 한 장면처럼 자연스럽게 눈길을 끌었다. 증기를 내뿜는 지표면, 바위 아래로 이어진 용암 동굴, 궤적이 남아 있는 도로 위를 따라 걸으며, ‘지구가 아직도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그 풍경 앞에서 문득 제주도의 오름과 돌담, 바람 많은 해안을 떠올렸다. 화산섬이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빅아일랜드의 풍경은 그보다 훨씬 더 거칠고, 제주의 풍경이 사람의 손을 타며 다듬어졌다면, 이곳은 여전히 자연의 힘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풍경이었다.

그 위에 서 있으니, 마치 지구의 시작점에 잠시 다녀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익숙한 것을 벗어나 낯선 풍경 앞에 선다는 것. 여행이 내게 주는 가장 깊은 감정은, 바로 그런 순간에 찾아오는 것 같다.

태양의 섬 하와이에서 여행을 기록하며.

/글·사진 ⓒ 이정미, 한국콘텐츠개발연구원 이사장, 여행 인플루언서 ‘기장아내 나두트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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