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승인 : 2025-11-18 13:59 기자 : 편집부
“배움은 멈추지 않는 여행이야.”
끝없이 펼쳐진 초원 위로 바람이 흐른다. 몽골의 어머니들은 그 바람으로 아이를 가르친다. 교과서보다 하늘이 넓고, 교실보다 게르가 따뜻한 이 땅에서, 교육은 곧 삶이고 가정은 하나의 학교다.

몽골 사람들은 자신을 “말 위의 민족”이라 부른다. 말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자유의 상징이고, 초원은 그 자유가 자라는 학교다. 남성들이 유목과 전쟁의 길 위에 있을 때, 여성들은 게르를 짓고 해체하며 가정을 지켰다. 불을 지피고, 젖으로 음식을 만들며, 아이를 품에 안아 세상의 온기를 전했다. 아이들은 글보다 먼저 바람의 방향을 배우고, 말보다 먼저 자연의 숨결을 느꼈다.
이곳에서 교육은 자연의 리듬과 함께 시작된다. 아이들은 네댓 살이면 ‘에르덴 모르(Erdene Morin)’라 불리는 첫 말타기 의식을 치른다. 그날, 어머니는 하늘을 향해 속삭인다. “이제 너도 너의 하늘을 가질 때가 되었구나.” 그 짧은 기도에는 몽골식 자립의 철학이 담겨 있다. 부모의 품을 떠나 자기 하늘을 갖는다는 것—그것이 초원이 가르치는 첫 번째 수업이다.
몽골 여성의 교육적 힘은 숫자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유네스코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몽골 대학생의 61%가 여성이다. 남성보다 20% 이상 높은 수치로, 아시아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한 “2008~2018년 사이 가정의 교육비 지출에서 여학생 비중이 꾸준히 증가해 남성을 넘어섰다”고 분석한다. 부모 세대가 겪은 불평등을 딸 세대가 스스로 극복한 것이다.
하지만 초원의 바람이 늘 평등하게 불어오지는 않는다. 몽골 통계청(2024)에 따르면 여성의 고용률은 52%로 남성보다 13% 낮고, 두 자녀 이상을 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35%에 불과하다. 이유는 명확하다. 여전히 ‘아이를 키우는 일’이 여성의 몫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부모 중 78%가 자녀 교육에 적극 참여하지만 그중 68%가 엄마였다. 아버지의 참여율은 31%에 머문다. 아이의 숙제 지도, 학교 상담, 봉사활동까지—모두 엄마의 역할이다. 엄마들의 헌신은 찬란하지만, 그만큼 그들의 어깨는 무겁다.
그럼에도 몽골 여성들은 불평하지 않는다. 그들은 교육을 “가르침”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기술”로 이해한다. 게르의 중앙, 조상신을 향한 북쪽 자리에서 어머니는 아이에게 예절을, 아버지에게는 따뜻한 말을 건넨다. “손님은 하늘이 보낸다.” 초원의 법칙을 아이들은 자연스레 배우며 자란다. 환대는 몽골 여성의 신앙이자 생존의 기술이었다.
그러나 도시화의 바람은 여성들에게 또 다른 도전을 안겨준다. 게르 대신 아파트, 가축 대신 서류 더미, 말 대신 출근길. 몽골은 자녀가 많을수록 여성의 취업률이 급격히 떨어진다고 분석한다. 2000년대 초 2.8명이던 출산율은 2023년 2.0 이하로 감소했다. 유목의 자유로움이 도시의 경쟁 속에 갇히면서, 여성들은 일과 육아 사이에서 균형을 잃기 쉽다. 그러나 아이를 가르치고 세대를 잇는 힘만큼은 여전히 그들의 손에 있다.
최근 젊은 여성들은 “많은 자녀보다 사회적 지위가 중요하다”고 답한다. 이들은 더 이상 초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교사, 공무원, 예술가, 연구자로서 자신만의 하늘을 가진다. 울란바토르의 여성 교원 비율은 이미 70%를 넘어섰다. 딸들은 어머니의 게르를 이어받아, 교단에서 펜을 쥐고 새로운 세대를 가르친다.
나는 몽골의 여성교육을 생각할 때마다 게르의 둥근 형태가 떠오른다. 그 안엔 문도, 구석도, 우열도 없다. 중심에는 불이 있고, 그 불은 언제나 여성의 손끝에서 피어난다. 몽골의 가정은 학교이고, 어머니는 교사이며, 초원은 교과서다. 아이는 바람을 배우고, 엄마는 기다림을 가르친다.
그녀들의 교육은 이렇다. “바람처럼 유연하게, 그러나 중심을 잃지 마라.”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고, 흔들리면 그 속에서 균형을 찾는다. 이것이 몽골식 자녀교육의 핵심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다른 나라의 엄마들에게 전하고 싶다. 교육은 반드시 교실에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엄마가 아이에게 건네는 첫 말, 작은 웃음, 함께 걷는 한 걸음 속에 이미 세상이 담겨 있다.
오늘도 몽골의 초원에는 바람이 분다. 게르의 문이 열리고, 한 아이가 말을 타고 저 멀리 달린다. 어머니는 그 등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이제 너의 하늘을 찾아가렴.”
바람은 여전히 분다. 하지만 이제 그 바람을 타는 주체는 여성 자신이다. 그녀들이 가르치는 것은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자유, 책임,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지혜다. 그리고 초원의 끝에서 불어오는 그 바람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 아이의 하늘은 어디 있나요?”
아마 이 질문이야말로, 세상 모든 엄마가 아이에게 남기는 가장 오래된 가르침일 것이다.
글·사진 ⓒ 임향숙, (사)지구보존운동연합회 이사, 푸른나래 다문화 봉사단 교육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