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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석 청년정책] 디지털이 흙을 살린 도쿠시마현

기사승인 : 2025-10-30 13:11 기자 : 편집부

일본 도쿠시마현의 산간 마을 가미야마(神山町)는 인구감소와 산업쇠퇴의 위기를 IT기업 유치로 극복한 디지털 재생 마을이다. ‘디지털 정원도시’ 구상 아래 도쿄 벤처들이 ‘위성오피스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2010년 이후 16개 기업이 진출했다. 빈가옥을 사무실로 바꾸고 초고속 인터넷을 설치해 도시와 지방을 잇는 하이브리드 근무 모델을 정착시킨 덕분이다. 이 사례는 귀농귀촌이 농사로의 회귀가 아니라 디지털과 지역의 결합이어야 함을 보여준다. 청년이 원하는 것은 보조금이 아니라 가능성과 연결성 속에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구조이며, IT기업과 청년이 공존할 때 지방은 소멸이 아닌 재생의 길로 나아간다.

◆ 디지털 귀촌 혁명을 꿈꾸는 상주

경북 상주는 지금 한국형 ‘귀농청년 × IT기업 융합 모델’의 선두에 서 있다. 과거 귀농·귀촌 정책이 ‘농사 중심의 전환’에 머물렀다면, 상주는 농업에 디지털 기술과 청년 창업 생태계를 결합해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약 42.7ha 규모의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단순한 농업단지가 아니라 창업·교육·주거·데이터 산업이 어우러진 복합 플랫폼이다. 매년 18~39세 청년들이 선발되어 20개월간 스마트팜 영농전문가 과정을 밟고, 수료 후 창농·정착으로 이어진다. 그들은 더 이상 ‘농사꾼’이 아니라 데이터를 읽는 농업경영자이자 스타트업 창업가로 성장하고 있다.

혁신밸리에는 실증단지, 빅데이터센터, 로봇·자동제어 시스템을 갖춘 스마트온실이 운영 중이며, 농업현장이 곧 첨단산업 실험장이 되고 있다. 교육–일자리–주거가 하나의 동선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청년이 ‘배우고, 창업하고, 머물며 정착하는 순환’을 완성한다. 일본 가미야마의 ‘위성오피스 프로젝트’처럼 상주도 농촌 내 유휴공간을 IT기업 거점으로 전환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콘텐츠 제작·AI 데이터 분석·플랫폼 개발 등 비농업형 IT업종이 뿌리내릴 수 있는 기반도 마련 중이다.

아직 IT기업의 본격적인 입주사례는 많지 않지만, 상주는 이미 ‘농업+ICT 융합구조’를 현실화하려는 전환점에 서 있다. 앞으로 IT기업 유치 인센티브와 통신 인프라 확충, 코워킹 스페이스 구축이 더해진다면 상주는 단순한 농업도시를 넘어 청년이 기술로 미래를 경작하는 디지털 농촌도시로 진화할 것이다. 흙 위에서 자라는 것은 이제 곡식만이 아니다. 청년의 꿈과 데이터가 함께 자라는 도시, 그곳이 상주의 꿈이다.

◆ 흙 위의 데이터, 문경은 청년을 부른다

경북 문경시는 한국형 ‘귀농청년 × IT기업 융합 모델’이 실현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무대다. 전통적인 농업도시이지만, 동시에 전자·컴퓨터·통신 등 첨단산업체 유치를 목표로 한 산업단지를 갖춘 복합 구조를 지닌다. 농촌의 생활 기반 위에 산업의 일자리 기반이 공존하는 이중 구조는 곧 ‘도시의 산업과 농촌의 삶이 연결되는 지점’을 만들어냈다.

최근 문경은 투자유치 부문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2023년에는 28건의 MOU를 체결해 1,441억 원의 투자와 4,075개의 일자리를 창출했고, 2016년에도 26개 기업 유치와 686억 원 투자, 362명 고용창출을 기록했다. 이는 문경이 더 이상 농업도시에 머물지 않고 ‘제조+첨단+산업도시’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앞으로의 과제는 단순한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벗어나 디지털 일자리와 IT기업을 포용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이다. 산업단지를 ‘디지털 복합 산업밸리’로 재편하고, 유휴 부지에 위성오피스와 코워킹 스페이스를 조성한다면 청년 창업과 기술이 공존하는 하이브리드 일자리 생태계가 형성될 것이다. 여기에 주거·문화·교육 인프라를 강화해 도시의 편의성과 농촌의 공동체성을 결합한 리빙 클러스터형 정주공간을 만든다면, 문경은 더 이상 “지나치는 농촌”이 아닌 청년이 일하고 머무는 디지털 거점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 산업과 농업, 기술과 공동체가 만나는 그 지점에서 문경은 한국 지방의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 청년 귀농의 새로운 공식 “흙이 아니라 데이터로 돌아가라” 

이제 한국의 귀농귀촌은 삽과 괭이 대신 노트북과 네트워크로 완성되어야 한다. 단순한 농사 지원이 아닌 IT기업과의 결합이 청년 귀농의 핵심이다. 일본 가미야마가 빈집을 위성오피스로 바꿔 도시 인재를 유입시킨 것처럼, 한국 농촌도 스마트팜·데이터농업·콘텐츠 창업 등 디지털 산업이 자랄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청년이 원하는 것은 보조금이 아니라 가능성과 연결성, 그리고 일하고 배우며 살아갈 이유가 있는 지역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보조금 지원사업보다 디지털 인프라·스타트업 펀드·코워킹 스페이스를 확충해 ‘머물 이유가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귀농은 생계가 아닌 혁신의 선택이 된다. 한국의 귀농귀촌은 이제 “흙으로의 귀향”이 아니라 “디지털로의 귀환”, 청년이 이끄는 미래형 산업운동으로 진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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