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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420원으로 아이들에게 뭘 해줄 수 있나요?"

기사승인 : 2019-01-15 18:23 기자 : 하지수

"최저임금 위반 범법자가 되지 않으려면, 아이들에게 학습지 사줄 돈도 안 남습니다"

 


▲ 지난 14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이 자원봉사자와 함께 공부를 하고 있다. [강혜영 기자]

서울 동대문구 회기역 인근에 위치한 한 지역아동센터 센터장의 말이다. 2009년부터 운영된 이 센터에는 현재 다문화가정 학생 10명, 한부모가정 학생 10명, 기초수급자 3가구 학생들을 포함한 29명의 저소득층 초중고 학생들이 다니고 있다. 방과 후 가정에서 돌봄을 받을 수 없는 아동들에게 실질적인 부모 역할을 해주는 곳이다. 정부 보조금에 의존해서 운영된다. 


그런데 올들어 센터 운영이 어려워졌다고 한다. 최저임금 인상분을 반영하지 않은 채 정부 보조금이 책정됐기 때문이다. 이 센터의 정부 보조금은 지난해 월 480만원에서 올해 484만원으로 딱 4만원 올랐지만, 최저임금은 10.9% 인상돼 종사자 2명의 인건비를 지난해보다 각 20여만원씩 총 40만원가량 올려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조금에서 인건비를 빼고 나면 아이 한 명에게 하루에 쓸 수 있는 금액은 단돈 420원. 이 아동센터장은 "서울 1시간 주차 요금보다도 못한 돈으로 뭘 할 수 있겠냐. 한 달에 한번 문화 활동은 꿈도 못 꾼다"며 아동복지 질의 저하를 우려했다.

복지부, 최저임금 맞추려 아동 프로그램비 10% → 5%로 감축

지역아동센터는 1970~80년대 도시 빈민 지역의 공부방 운동에서 시작해 2004년 법제화된 아동복지시설이다. 현재 전국 약 4200여개소에서 약 11만명의 아이들이 이용하고 있다. 저소득층을 위해 무료로 운영되기 때문에 보건복지부에서 지원하는 '기본운영비'로 돌아간다.

'지역아동센터 예산사태 해결을 위한 추경쟁취연대'에 따르면 올해 지역아동센터 기본운영비 지원 예산은 작년 대비 2.8% 상승했다. 이마저도 지역아동센터 지원 대상 지역아동센터 11개소 추가에 따른 예산 증가분이 반영된 결과로, 실제 각 센터의 기본운영비는 월평균 516만원에서 월평균 529만원으로 약 2.5% 증가 하는 데 그쳤다.
 

정부가 지급하는 기본운영비는 평균 종사자 2명(시설장, 생활복지사)의 인건비, 사업비(아동에게 제공되는 프로그램비), 그리고 센터 운영을 위한 전기세 등 관리운영비에 쓰인다. 보건복지부는 작년까지 기본운영비의 10%를 프로그램비에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그러나 올해 지급된 예산에서 프로그램비 10%를 지출하고나면 정원 30인 이상 시설 등 일부 기관의 최저임금과 관리운영비를 보장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해결책은 아동들의 교육 프로그램비 의무 지침을 보조금의 5%로 내리는 것이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12월에 지역아동센터 대표자 간담회에서 논의를 통해 인건비 상승에 따라 사업비(프로그램비) 10%를 지킬 수 없는 상황이 생겨 5%로 줄이는 대책을 내놨다"고 말했다. 그 결과 지역아동센터의 아이들 교육 프로그램에 돌아가는 돈은 한 달에 22만원~33만원 꼴로 줄었다. 하루 기준으로는 아동 1명당 예산이 420원~1180원에 불과하다.


"프로그램비 적정수준 보장하라"…거리로 나온 복지사들

 

이에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은 2019년 지역아동센터 운영비 예산 현실화를 위해 15일 기준 34일째 광화문에서 천막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또 이날 오후에는 지역아동센터 예산사태 해결을 위한 추경쟁취연대가 총궐기 대회를 열었다. 이날 전국 각지에서 주최 측 추산 6000여명의 지역아동센터 관계자 및 지지자들이 광화문 광장에 모여들어 "아이들이 먼저다"는 구호를 외치며 프로그램비 확보를 위한 추경 편성을 요구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전남 목포에서 올라온 큰나무지역아동센터장 김옥현(55)씨는 "우리 센터는 정원이 19명이어서 아이들 프로그램비에 쓸 수 있는 정부 예산은 한달 23만원 정도"라면서 "운영비가 현실화돼서 저소득층 아동들이 나라로부터 홀대를 받지 않고 충분한 복지 서비스를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추운 날 먼 길을 왔다"고 말했다.

지역아동센터 예산사태 해결을 위한 추경쟁취연대 홍보보도팀 박성희씨는 "아동센터 프로그램비를 기존 10%는 유지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기본 운영비 확보를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윤은석 사무총장은 "냉난방비, 전기료 등도 모두 아이들이 이용하는 데 필요한 것들이다. 아동 1인 기준, 1일 서비스 단가가 2500원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로그램비 1000원, 간식비 500원, 사무 및 기타 비용 1000원으로 계산한 금액이다.

종사자 인건비도 문제로 지적됐다. 추경쟁취 연대에 따르면 종사자들은 직급(시설장과 생활복지사)과 근속 연수를 불문하고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 2017년 기준 종사자들의 평균경력은 시설장 6년8개월, 생활복지사 4년4개월이다. 추경쟁취 연대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지역 아동센터 종사자들에게 사회복지시설 단일임금체계를 적용하고 인건비를 분리 교부하라"고 주장했다. 사회복지사 단일임금체계는 시설 종류 등에 따라 천차만별인 사회복지사의 임금체계를 공무원, 교사 등과 같이 단일화하는 것을 가리킨다.

 

김옥현씨는 "연장근로 수당, 주말 근무 수당, 연차 등은 전혀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종사자들의 처우도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은석 사무총장 역시 "여타 복지기관처럼 아동센터도 단일임금체계를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원금으로 메우겠다는 복지부…전문가 "운영비와 인건비 분리 지급해야"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 아동권리과 지역아동센터 담당 관계자는 "예산이 풍족하지 않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지역 아동센터 올해 전체 예산은 9.1% 인상됐다. 기본 운영비에 반영되지는 않지만, 환경개선사업의 일환으로 내부인테리어를 개선하기 위한 사업비가 새로 추가돼 연간 1200개소를 대상으로 순차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책으로 내놓은 프로그램비 감축에 대해서는 "장기적인 해결책은 아니기 때문에 대책을 마련하기 전까지 기업 후원금을 연결하는 방안으로 프로그램비를 보완할 예정"이라고 했다. 모든 센터가 혜택을 볼 수 있게 되냐는 물음에는 "전 아동센터 대상은 아니다"고 답했다.

아동센터 측은 후원금은 대책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한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는 "종사자 2명이 행정과 아이들 돌봄을 모두 맡아서 하는 상황에서 후원금을 받으러 다니기 어려울 뿐더러 필요한 단체는 많고 절차가 복잡해 사실상 필요한 시기에 받기 힘들다"고 했다. 그는 "임대료도 후원금으로 충당하라고 하면서 프로그램비까지 후원금으로 충당하라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운영비로 잡아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고 지원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윤진 세종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인건비와 운영비를 분리해서 보장하지 않으면 최저임금이 오를수록 운영비는 줄고 질적으로 낮은 복지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역사회복지관 등의 시설들은 직원 임금이 호봉제로 운영되며 정부가 전적으로 지원한다. 지역아동센터 역시 이런 방향으로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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